영화 '아마겟돈'처럼…소행성 핵폭발 연구도 활발
지름 200m 소행성 폭파 위해
3메가톤급 이상 핵폭탄 필요
히로시마 원자탄의 200배
美, 7월 탐사선 `다트` 발사
내년 10월 쌍소행성 위성에
초속 6㎞ 속도로 충돌 계획
출처: 매일경제(2021.04.09/이새봄기자)
"하늘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푸른 불빛이 보였고 하늘이 둘로 갈라지면서 검은 구름이 피어올랐다."
1908년 6월 30일 오전 7시 17분. 러시아 시베리아 지방 툰구스카강 유역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불덩이가 하늘을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날아가더니 상공 5~10㎞에서 폭발했다. 심한 땅울림과 함께 돌풍이 몰아쳤고, 서울시 면적의 3배가 넘는 2150㎢ 크기의 숲이 파괴됐다. 100년이 훌쩍 넘은 2013년이 돼서야 이 불덩이의 정체가 소행성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샌디아국립연구소(SNL)에 따르면 이 소행성의 직경은 27m였고 다른 연구소가 관측한 결과도 최대 40m 안팎이었다. 폭발 파괴력은 현재 다이너마이트(TNT)를 기준으로 300만~500만t의 위력에 달했다. 이 소행성이 뉴욕 맨해튼에 추락했다면 1000만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가 일어날 것이라는 보고서도 나왔다. 한국천문연구원에 따르면 직경이 30m 정도인 툰구스카급 운석은 대략 100년에 한 번꼴로 떨어지고 있다.
1998년 개봉한 영화 `아마겟돈`에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는 소행성 충돌을 막기 위해 소행성의 땅을 파 핵폭탄을 넣은 뒤 지구로 귀환하는 `비밀 임무`를 수행한다.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한 설정이지만 우주로 향하는 로켓 발사 성공률이 높아지면서 점차 실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8년 모스크바 물리학기술연구소 연구진은 학술지 `실험이론물리학저널`에 지름 200m 크기 암석으로 이뤄진 소행성을 폭파시킬 때 필요한 핵폭탄 크기를 계산한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진은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 떨어진 운석 성분을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작은 인공 소행성을 만든 뒤 이를 진공 체임버에 넣고 레이저로 폭파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소행성의 작은 구멍에 핵폭탄을 정확히 떨어뜨릴 수 있다면 지름이 200m인 소행성을 축소한 지름 8~10㎜짜리 미니 모형 소행성을 파괴하는 데 필요한 레이저 강도는 500줄(J)이었다. 구멍이 아닌 표면에서 터뜨린다면 650J에 해당하는 레이저가 필요했다. 소행성을 폭파하기 위해서는 작은 규모로 여러 번 시도하는 것보다 큰 에너지를 한 번에 터뜨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실험을 토대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지름이 200m인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3메가톤(Mt) 이상의 핵폭탄이 필요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보다 200배 이상 큰 규모의 핵폭탄이 필요하다. NASA는 지난해 탐사선 오시리스-렉스가 탐사에 성공한 소행성 `베누`에 핵폭탄을 쏴 궤도를 바꾸는 연구도 하고 있다. 베누를 폭발시키기 위해 설계된 우주선의 이름은 해머(Hammer)다.
실제 올해 7월에는 미국의 소행성 충돌 실험 탐사선 `다트`가 우주로 발사돼 내년 10월께 쌍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인 `디디문`에 충돌한다. 소형차 크기의 다트 우주선은 지름이 800m인 소행성 디디모스를 도는 150m짜리 위성 디디문에 초속 6㎞로 충돌한다. 우주선의 충돌 과정은 다트와 함께 발사될 초소형 위성이 기록하고, 이후 유럽우주국(ESA) 우주선이 다트의 충돌로 만들어진 충돌구에 대한 관측을 위해 또다시 디디모스로 향한다. 지구에서 1100만㎞ 떨어진 곳에서 충돌하기 때문에 충돌 직후 지상에서도 망원경과 행성 레이더로 상황을 관측할 수 있을 전망이다. NASA는 이번 충돌이 궤도에 큰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하지만, 향후 충돌 임무를 수행할 때 이번 연구 결과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출력 레이저를 쏴 소행성을 태우는 방안도 가능성이 있다. 비행기에서 고출력 레이저를 소행성 한쪽 면에 쏴서 궤도를 바꾸는 방식이다. `솔라 컬렉터` 위성을 발사해 태양빛을 소행성 한쪽 면에 집중시켜 궤도를 바꾸는 방안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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