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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주이야기/지구

[지구]매년 한국 크기 얼음 녹아… 지구 재앙 막을 시간, 겨우 30년 남았다

by 맑음:D 2021. 6. 27.

매년 한국 크기 얼음 녹아… 지구 재앙 막을 시간, 겨우 30년 남았다

[탄소 제로 30년 전쟁] [1] 인류 생존이 걸렸다
온난화로 기상 이변 피해 속출… 세계 산업·무역구조 다 바꿔야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 제로 목표, G7·한국 등 25國 동참

 

츨차: 조선일(2021.06.22/선정민, 김민정, 김은경 기자)

 

 

1980년과 2020년의 북극… 매년 한국 크기 얼음 녹아 -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관측한 1980년 9월의 북극(왼쪽 사진)과 2020년 9월의 북극(오른쪽 사진). 북극해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가운데 뿌연 부분)는 40년 동안 해마다 평균 한국 면적(10만㎢)에 가까운 크기가 줄었다. 오른쪽 사진 주황색 실선 지역이 원래 빙하가 있던 부분이다. 북극해 오른쪽 아래 부분에 보이는 그린란드의 대륙빙하는 지난 2002년부터 매년 평균 2770억t씩 녹는 중이다. ‘지구의 냉장고’ 역할을 하는 북극 지방의 지표면 기온은 지구 평균보다 2배 이상 빨리 상승하고 있다. 페테리 탈라스 세계기상기구(WMO) 사무총장은 “북극에서 일어나는 일은 북극에만 머물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NASA 과학 시각화 스튜디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해양대기청(NOAA)은 “2019년 지구의 태양 에너지 흡수율이 2005년보다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관측됐다”고 지난 15일 발표했다. 위성, 해양 관측 기구 등으로 지구의 태양열 흡수 및 우주로의 방출량 등을 측정한 결과, 지구 표면에 흡수되는 태양열이 14년 만에 곱절이 됐다는 것이다.

지구가 가열되면서 극지, 고산지대 빙하는 급감하고 있다. NASA 등에 따르면, 북극 해빙(海氷·바다에 뜬 얼음)은 최근 40년 새 375만㎢ 감소했다. 해마다 한국 면적에 가까운 크기가 줄어든 것이다. 남극 대륙, 알래스카·히말라야 등지 빙하도 각각 매년 평균 1510억~4000억t씩 감소하고 있다고 NASA는 밝혔다. 가로·세로·높이가 각각 100m인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하루에 410여~1100개씩 사라지는 셈이다. 전 세계 해수면은 1993년 이후 28년간 평균 9.8㎝ 상승했다.

극한 기상 현상도 잦아지고 있다. 미 네바다와 애리조나주는 최근 낮 기온이 46도까지 오르고 밤 11시에도 38도를 기록했다. 4개월 전 한파로 풍력 발전기와 가스 발전 설비가 얼어붙으면서 전력망이 마비된 텍사스는 최근 폭염으로 일부 발전소의 가동이 중단됐다. 폭염에 극심한 가뭄까지 겹치자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구온난화로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 위기가 닥치고 있다”고 썼다.

그래픽=백형선

 

기후변화에 대한 인류의 응전도 강도와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후정상회의(4월), P4G 서울정상회의(5월), 주요 7국(G7) 정상회의(6월) 등 최근 잇따라 열린 글로벌 정상 모임을 관통한 키워드는 ‘탄소 제로(Net Zero)’였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지구 기온 상승 폭을 1.5도 아래로 묶기 위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이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지 않으면 미래의 번영은 없다”고 입을 모았다. 온실가스 배출 1위 중국 등 25국이 탄소 제로 동참을 선언했다.

탄소 제로는 환경 문제에 대응하는 의미를 넘어선다. 글로벌 산업 경쟁과 무역 구조 변화, 에너지 안보 및 첨단 기술 전쟁을 촉발하는 거대 뇌관이다. 세계 각국은 대체에너지 개발, 석탄 발전소 폐쇄, 휘발유·경유차 퇴출은 물론 건물 냉난방에서도 화석 연료를 추방하는 시한을 내놓고 있다. 단거리 비행기 운항을 금지하고, 육식 대신 채식을 권장하고, 탄소국경세 같은 무역 장벽도 세워지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김용건 선임연구위원은 “앞으로 30년간 글로벌 ‘탄소 전쟁’이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면서 “탈(脫)탄소 경쟁력 확보와 녹색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빙하가 녹자 1000년만에 가장 느려진 해류… 곳곳서 폭염·폭우

“우리(과학자) 모두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만약 문턱을 넘어서게 되면 지구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대서양 해류의 변화를 분석한 피터 드 메노칼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소장(미 컬럼비아대 교수)은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지구 온난화로 빠르게 녹고 있는 북극 빙하가 대서양의 해류 순환 시스템을 바꾸고, 이로 인해 곳곳에 기후 재앙이 닥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전 세계 해류가 순환하는 것은 남반구의 따뜻한 해류가 북쪽으로 올라가 차갑게 식은 뒤 바다 깊은 곳으로 하강하면서 얻는 동력 때문이다. 이 힘을 바탕으로 해류가 마치 컨베이어 벨트처럼 열을 실어 여러 대륙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해류 시스템에 이상 조짐

그런데 10여년 전부터 컨베이어 벨트처럼 움직이는 거대한 해류에 이상 조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해양학자들은 분석한다. 그린란드 빙하가 녹은 담수가 바다로 흘러들면서 수천~수만년 안정적으로 이어온 해류 순환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해류 순환 속도가 15% 줄었고, 최근엔 “1000년 만에 가장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해류 순환이 느려지면 남쪽 바다의 열이 북쪽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정체돼 유럽과 북아프리카 등은 가뭄이 심해지고, 대서양엔 허리케인이 증가하는 등 재앙에 가까운 기후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우려다. 지구의 거대한 순환 시스템 작동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자료=NOAA(미 국립해양대기청)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2도 올랐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그린란드 빙하는 2002년 이후 매년 2770억t, 남극 빙하는 1510억t씩 녹거나 떨어져 나와 바다로 유입되고 있다. 독일과 노르웨이 연구팀은 지난달 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린란드 빙하의 상당 부분이 ‘티핑 포인트(작은 요인만 더해져도 엄청난 변화가 생기게 되는 전환점)’ 직전에 놓여있으며, 수세기에 걸쳐 해수면을 1~2m까지 높일 양의 빙하가 녹아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빙하 꼭대기 표면이 녹기 시작해 빙하 높이가 일단 낮아지기만 하면 대기 온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녹는 속도가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는 폭염·가뭄·폭우 등 기후 재앙을 체감하고 있다. 미국·유럽 등은 매년 기록적인 폭염과 이로 인한 가뭄과 산불 등으로 인명 피해와 작물 생산량 감소, 산림·생태계 소실 등 피해가 극심하다. 올해 미 서부에선 6월 기준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하는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선 50도 넘는 폭염이 올해 평년보다 한 달 일찍 시작됐다. 작년 대서양에는 역대 가장 많은 30개 허리케인이 발생해 미국과 중앙아메리카를 휩쓸었고, 중국과 인도에선 작년 수개월간 이어진 폭우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2도 오른 지구의 미래는…

국제사회는 2100년까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18년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1.5도 목표를 달성하더라도 많은 지역에서 극한 고온 현상이 늘어나고, 일부 지역에서는 호우와 가뭄, 강수 부족이 나타나며, 곡물 수확량이 감소하고 생물 다양성 훼손도 예상되는 등 기후 위기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기온이 2도 상승할 경우 예측은 훨씬 파괴적이다. 해수면 높이가 0.3~0.93m 상승하고, 중위도 지역의 연중 최고 기온은 4도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한다. 전 지구 육지 면적의 약 13%는 현재와는 다른 유형의 생태계로 바뀌게 되며, 식물의 16%, 척추동물의 8%, 곤충의 18%는 서식지의 절반 이상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IPCC는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해야 생태계, 식량, 보건 시스템 등에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다”고 했다.

 

[’탄소 제로' 3대 키워드]

넷제로(Net Zero):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의 순배출량을 영(0)으로 만드는 것.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억제해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고, 그래도 나오는 탄소는 포집하거나 흡수해 실제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 한국·미국·EU·일본 등 25국이 탄소 중립 선언.

탄소국경조정: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나 기업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입할 때 추가로 관세 등을 부과하는 조치.

탄소발자국: 개인·단체가 어떤 활동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킨 이산화탄소의 총량, 혹은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소비·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산정한 것. 수입품에 탄소발자국을 매겨 과세하겠다는 게 탄소국경조정의 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