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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이야기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 매일이 기적…우리가 몰랐던 지구의 하루

by 맑음:D 2020. 12. 16.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 매일이 기적…우리가 몰랐던 지구의 하루 

<출처 : 한겨례 2018-02-12,14>

 

 

 

지구 생명들의 24시간을 94분에 압축
BBC가 최첨단 기법으로 3년간 제작
동물의 시점으로 지구의 하루 담아내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에 등장하는 남극의 작은 섬 자보도브스키에 사는 턱끈펭귄들의 눈물겨운 먹이 구하기 여정의 한 장면. 하이라이트 픽처스 제공

 

남아메리카 갈라파고스 제도에 해가 밝았다. 이제 막 알에서 깬 새끼 ‘바다이구아나’가 모래 밖으로 빼꼼 얼굴을 내민다. 어른 바다이구아나들은 바위 위 해가 잘드는 곳에 올라 햇볕을 쬐며 하루의 에너지를 흡수 중이다. 수천마리 바다이구아나가 고개를 빳빳이 든 자세로 ‘선탠’을 하는 장관 반대편에는 태어나자마자 일생일대의 전투를 치러야만 하는 새끼 바다이구아나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바위 뒤에 숨은 20여 마리의 검은채찍뱀(레이서 스네이크)들이 새끼 바다이구아나가 모래를 걷고 세상에 나오길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 새끼 바다이구아나들은 이름부터 쫓기는 기분이 드는 이 잔혹한 동물의 추격을 피해 높은 바위까지 한달음에 내달려야 한다. 쫓기고, 잡히고, 도망가고, 산다. 이 와중에 놀라운 것은 눈이 어두운 뱀의 특성을 간파해 땅에 딱 붙어 두려움을 무릅쓰고 뱀이 지나가길 버티는 새끼 바다이구아나의 본능이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과 몸에 새겨진 생존 본능이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이들의 추격전은 15일 개봉하는 영화 ‘지구: 놀라운 하루’ 초반 한 장면이다. ‘지구: 놀라운 하루’는 태양이 뜰 때부터 별이 온 하늘을 메꿀 때까지, 지구의 24시간을 94분에 담은 영화다. 2007년 지구의 1년을 다룬 자연 다큐멘터리 ‘지구’의 후속판이기도 하다. ‘지구’는 흥행 수익 1억1200만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자연다큐 흥행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지구: 놀라운 하루’를 제작한 영국 비비시(BBC) 자연다큐멘터리 제작팀은 지구 곳곳 자연에서 펼쳐지는 하루를 담기 위해 세계 22개국을 돌아다녔다. 제작을 하는 데는 꽉 채운 3년, 1095일이 걸렸다. 그동안 기록한 영상이 디브이디(DVD) 1만2000장 분량에 달한다. 전작 ‘지구’와 다른 점은 당시 기술력의 한계로 헬리콥터 촬영이 많아 관찰자 시점이 주축이었다면, 이번 영화는 특수제작된 카메라와 크레인, 200대에 달하는 드론으로 동물들의 시선에서 기록했다. 남극, 아프리카, 바닷속 등 지구 곳곳에서 사는 38종의 동물들이 등장한다.

하루 24시간 중 16시간을 대나무를 씹는 중국의 자이언트 판다는 숲에서 하루를 시작해 숲에서 하루를 끝냅니다.

 

자이언트 판다가 대나무를 씹으며 느긋한 아침 시가을 보낼때,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의 초원에서는 얼룩말 엄마와 아기가 먹거리가 있는 땅을 향해 목숨건 여행을 떠납니다
남극의 작은 섬 자보도브스키에 사는 턱끈펭귄들은 성난 파도의 관문을 통과해야만 입에 머금은 먹이를 아기 펭귄에서 줄수 있습니다
늘어지는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 지구상에서 몇백마리 밖에 남지 앟은 희귀종 피그미 세발가락 나무늘보가 낮잠을 즐기고 있습니다

 

대중과 가까운, 지루하지 않은 자연다큐를 만들기 위해 할리우드 감독과 시나리오 작가도 제작에 투입했다. 영화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만든 피터 웨버 감독이 연출진으로 참여하고, 영화 ‘밀리언즈’의 원작자인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가 각본팀에 함께 해 지구의 하루를 더욱 드라마틱하게 그려냈다.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마술사들은 숨막히는 긴장감과 느긋한 자연의 여유, 압도적인 풍광 등을 리듬감 있게 배치했다. 손에 땀을 쥐는 바다이구아나의 질주 뒤에는 숲 속에 푹 퍼질러 앉아 대나무를 씹는 자이언트판다의 일상을 배치했다. 향유고래의 바닷속 느긋한 낮잠 뒤에는 중국 서북쪽에 사는 흰머리랑구르 원숭이가 아슬아슬하게 바위를 타는 모습을 보여준다.설 연휴 아이와 함께 이 영화를 보러 간다면, 놀라 눈이 둥그레진 아이의 얼굴을 볼지도 모른다. 영화에 등장하는 동물들은 아이들이 즐겨보는 자연관찰책에 실린 정적인 동물 사진과 동물원의 맥없는 동물들의 몸짓과 차원이 다르다. 이를테면 이런 장면들이다. 아프리카의 드넓은 초원에서 우아하게 나뭇잎을 뜯어먹으며 사는 줄 알았던 기린이 목을 꺾으며 격렬하게 영역 싸움을 하는 모습, 귀여워 보이기만 했던 펭귄이 자기 몸의 1천배 크기는 될 법한 파도에 맞서 80㎞씩 수영하는 장면 같은 것들. 빼곡한 건물 숲에 살며 볼 수 없었던, 지구 곳곳에서 매일 벌어지는 놀라운 기적들을 볼 수 있다.신소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