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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이야기

[코로나]영국發 ‘변이 바이러스 공포’ 전세계 불안…백신 효능도 떨어진다?전세계 24개국서 발견

by 맑음:D 2020. 12. 28.

 

영국發 ‘변이 바이러스 공포’ 전세계 불안…백신 효능도 떨어진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 심상찮다…전세계 24개국서 발견

출처: 동아일보(2020-12-27,28)

 

 

 

영국 런던과 남동부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변종’ ‘슈퍼 코로나’ 등으로 불리며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이 바이러스에는 ‘VOC-202012/01’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2020년 12월부터 주의 대상 바이러스’라는 뜻이다. 이 바이러스의 정체를 둘러싸고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을 정리했다.

●‘변종’ 바이러스 등장?…‘변이’ 일어난 것

영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된 건 이달 11일(현지 시간)이다. 영국 정부는 올해 4월부터 과학자들로 구성된 ‘COG-UK’ 컨소시엄을 꾸리고 영국의 코로나19 환자의 혈장에서 바이러스를 얻어 게놈(유전체)을 해독해왔다. 이달 15일 기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게놈은 총 12만6219개가 해독됐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앨런 맥낼리 영국 버밍엄대 미생물유전체학 교수는 22일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간 수집한 게놈의 유전자를 조사하던 중 25%에서 ‘S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확인해 11일 컨소시엄에 알렸다”고 밝혔다. 사흘 후인 14일 영국 정부는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공식 발표했다.

 

S 유전자는 코로나19 바이러스 게놈을 이루는 6개 부위 중 하나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다. 스파이크 단백질은 바이러스가 인간 세포에 침투하면 수용체와 결합해 세포 문을 여는 열쇠 역할을 한다. 조사 결과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S 유전자에서 8개의 변이가 확인됐고, 이 때문에 S 유전자가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안광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한 이후 평균 2주일에 한 개꼴로 변이를 일으켰다”며 “지금까지 게놈 분석 결과만 보면 이 바이러스는 ‘변종’이 아니라 게놈 일부에서 변이가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이후 변이 바이러스는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수용체 결합 영역(RBD)’의 614번 아미노산이 아스파르트산(D)인 D614 바이러스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글라이신(G)으로 변이가 일어난 D614G 바이러스가 전파를 주도하고 있다. 안 교수는 “엄밀한 의미에서 지금까지 코로나19 바이러스 변종으로 확인된 사례는 없다”고 했다.

●슈퍼 바이러스?…전파 빠른 것만 확인

영국에서 확산하고 있는 변이 바이러스의 특징에 대해 알려진 사실은 전파가 빠르다는 것이 전부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20일 “기존 전파속도보다 최대 70% 빨라 감염재생산지수(R)를 1.1에서 1.5로 0.4 늘렸다”고 발표했다.

S 유전자에서 확인된 변이 중 과학자들은 ‘N501Y’ 변이에 주목하고 있다. N501Y는 RBD의 501번 아미노산인 아스파라긴(N)이 티로신(Y)으로 바뀌는 변이가 일어났다는 뜻이다. 컨소시엄이 20일 발표한 변이 바이러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N501Y 변이 바이러스는 11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전파속도 향상의 원인으로 N501Y 변이가 지목됐다. N501Y를 보유한 스파이크 단백질이 인간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능력이 커진 것으로 확인돼서다. 정용석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D614G도 인간 세포 수용체와의 결합력이 향상돼 전파력이 최대 9~10배 커졌다”며 “마찬가지로 N501Y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백신 효능 떨어진다?…다클론항체 형성

 

 새로운 변이 등장이 우려되는 가장 큰 이유는 백신이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RNA(mRNA) 백신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다. mRNA 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항체)을 만들 수 있는 유전물질인 RNA 조각을 리포솜과 같은 지질 막에 싸서 인체 세포에 주입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FDA가 승인한 백신은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를 공격해 여러 항체를 만들어내는 다클론항체 방식”이라며 “백신의 효능을 무력화하려면 스파이크 단백질의 여러 부위에서 자연적으로 많은 변이가 일어나 축적돼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정 교수는 “mRNA 백신과 같은 유전자 백신은 염기서열만 알면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이론적으로는 변이가 나타난 부위의 염기서열만 바꾸면 되고 기술적으로도 어렵지 않아 이번에 나타난 변이로 백신을 못 쓰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변이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전파력이 70% 가량 강하다’는 전문가 분석을 뒷받침하듯, 이 변이 바이러스는 지난 9월 말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을 넘어 아시아·북미 지역에서도 감염사례가 잇달아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각국이 코로나19 진단검사 때 바이러스의 유전자 분석까지 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이유로 ‘이미 전 세계적으로 변이 바이러스가 만연해 있을 수 있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각국 보건당국 발표를 종합해보면 28일 현재까지 영국과 같은 종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발견된 나라는 줄잡아 24개 국가·지역에 이른다. 전 세계 국가·지역 10곳 가운데 1곳에선 이미 이 변이가 확인됐다는 얘기다.

 

유럽의 경우 영국을 시작으로 네덜란드·노르웨이·덴마크·독일·벨기에·스웨덴·스위스·스페인·아이슬란드·아일랜드·이탈리아·포르투갈·프랑스(가나다순) 등 최소 14개국에서 변이 바이러스 감염사례가 보고됐다.

 

또 중동에선 레바논과 이스라엘, 요르단, 아시아권에선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일본·홍콩 및 호주 등지에 이어 한국에서도 변이 바이러스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

미주 지역에선 26일(현지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거주하는 부부 1쌍이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이들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 대부분은 영국발 입국자이거나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캐나다의 감염자 2명은 최근 여행기록이 전무했다.

영국 당국이 ‘변이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런던 등 잉글랜드 남동부 일대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발표한 시점이 이달 19일임을 감안할 때 이미 그전부터 변이된 바이러스가 각국으로 퍼져나가 만연해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나이지리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영국에서 보고된 것과 다른 종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보고됐다.

 

이런 가운데 각국은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서둘러 자국민 대상 대량접종에 나서고 있는 상황. 영국·미국·캐나다 등에 이어 27일부턴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면서 현재까지 접종을 개시했거나 연내 개시할 나라는 줄잡아 45개국에 이른다.

미 화이자·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들은 자사의 백신이 “변이된 바이러스에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는 상황. 그러나 일부에선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보다 많은 변이가 생겨날 경우 현재까지 개발된 백신만으론 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