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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우주인간이야기/인체

[인체]뱃속 ‘미생물을 위한 밥상’은 따로있다

by 맑음:D 2021. 3. 3.

뱃속 ‘미생물을 위한 밥상’은 따로있다

출처: 헤럴드경제2021.02.19 11:44

 

대장에 38조개 세균 생태계 이뤄
배고프면 점막 갉아먹어 염증 유발

백미·흰밀가루엔 그들의 먹이 없어
현미·귀리 등 통곡물 식이섬유 원해

고구마·우엉 뿌리채소, 브로콜리 등
껍질째 먹으면 ‘더 풍성한 식탁’ 효과

파스타, 크로아상, 라면, 피자…맛있게 차려진 한 상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장내 미생물이 먹을만한 음식이 없다. 내 입맛에만 좋을뿐 이들은 배를 굶는다. 장내 미생물의 밥상을 따로 차려야한다는 얘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면역력이 중요해진 시대에서는 더욱 그렇다.

배고픈 장내 미생물, 염증 만든다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력은 알수록 놀랍다. 소화 작용뿐 아니라 이전에는 없었던 성인병이나 아토피 질환 등의 증가에도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변화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언급되고 있다. 최근 들어 ‘장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 장내 미생물 집단)을 건강의 핵심이라 부르며 관련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주목받는 것은 장내 미생물과 면역력과의 연관성이다. 의학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몸의 대장에는 약 38조 개의 세균이 생태계를 이루고 있으며, 10년 전부터 이뤄진 연구들의 공통 결론은 이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 면역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은 장내 생태계 변화를 만드는 주요 원인중 하나로 식습관을 꼽는다. 가공식품이나 육류·밀가루 위주의 식단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황폐화된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먹이를 먹지 못한 미생물들이 대신 장내 점막을 갉아먹으면서 뚫린 점막으로 염증이 생기고, 이 염증이 퍼져나가면서 뇌까지 영향을 미칠 경우 우울증이나 치매 위험도 높아질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 당장 증상이 없더라도 이러한 식생활이 장기화된다면 추후 질환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백미·흰 밀가루에는 없다

이를 막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장내 미생물이 좋아하는 먹이를 주면서 잘 키워나가면 된다. 마치 내 몸 안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것과 같다.

단, 장내 미생물의 입맛은 우리와는 좀 다르다. 그 맛있는 밀가루 음식이나 부드러운 백미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러한 음식은 체내에서 대장까지 내려가기도 전에 우리가 다 먹고 소화를 시킨다.

그렇다고 탄수화물을 아예 먹지 않는 것도 방법은 아니다. 세계적인 마이크로바이옴 학자인 저스틴 소넨버그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저서 ‘건강한 장이 사람을 살린다’(The Good Gut)에서 ‘미생물이 잘 먹을 수 있는 탄수화물’을 섭취하라고 강조한다. 이는 현미나 귀리등의 통곡물처럼 식이섬유가 풍부한 탄수화물을 말한다. 식이섬유는 위에서 소화되지 않고 대장까지 내려가 유익균의 먹이로 쓰이기 때문이다.

‘통째로 원해’장내 미생물의 입맛

식이섬유는 채소에도 많다. 장내 미생물이 좋아하는 대표 식품으로는 ‘땅속의 보약’으로 불리는 뿌리채소를 들 수 있다. 고구마나 우엉, 연근, 당근, 감자 등이 해당된다. 브로콜리나 컬리플라워와 같은 십자화채소도 장내 미생물의 생태계 균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가 많다.

이러한 음식을 먹을 때에도 장내 미생물의 입맛은 ‘통째로 먹는 것’에 꽂혀있다. 감자의 경우 껍질을 벗겨서 조리한 음식보다 통감자를 선호한다. 과일 역시 껍질째 통째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이들의 관심은 과일주스보다 오히려 믹서기에 갈고 남은 찌꺼기에 향해있다. 저스틴 소넨버그 교수는 “흰 밀가루와 같은 정제 탄수화물과 더불어 과육을 모두 걸러내고 설탕을 더한 오렌지주스 등에는 미생물 먹이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발효식품도 이들의 취향저격 대상이다. 영양학 박사이자 풀무원 ‘잇슬림’의 사업부장인 남기선 박사는 “김치, 나또, 된장 등의 식물성 발효식품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함께 섭취할 수 있어 이롭다”며 이외에 “두류(대두, 강낭콩, 렌틸콩 등)나 견과류(아몬드 등), 해조류(김, 미역, 다시마)도 좋다”고 권장했다. 이어 그는 “우리 몸에 유익한 균(프로바이오틱스)이 잘 서식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를 제공할 음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러한 음식을 잠시 동안 먹는 것으로 장내 미생물을 달래서는 안된다.

이들은 우리와 평생 함께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식습관의 변화가 단 기간에 그친다면 장내 미생물 생태계가 원래대로 돌아가므로 꾸준히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육성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