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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주이야기/태양계

[태양계] 첫 태양 남·북극 탐사선, 흑점 폭발의 비밀을 풀어라

by 맑음:D 2021. 11. 11.

[재미있는 과학] 첫 태양 남·북극 탐사선, 흑점 폭발의 비밀을 풀어라

출처: 조선일보(2020.02.27 /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양승주 기자)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
지난달 유럽·미국이 보낸 탐사선, 33도 기울어진 궤도로 태양 돌며 극지방 자기장의 변화와 폭발 관측
11년 주기로 변화하는 태양 흑점 수·전자통신 끊는 초속 500㎞ 태양풍 등 베일에 싸인 태양의 활동 밝힐 예정

지난 10일 오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태양 탐사선 '솔라 오비터(Solar Orbiter)'가 태양을 향해 떠났어요. 역사상 처음으로 태양의 북극과 남극을 탐사하기 위해서죠. 약 3년에 걸쳐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보다 더 안쪽에 도달할 거예요. 솔라 오비터는 과연 어떤 일들을 하게 될까요?

미지의 영역이었던 태양 극지 탐사

솔라 오비터는 유럽우주국(ESA)이 주도하고, 미 항공우주국(NASA)이 협력해 만들었어요. 태양으로 가는 길에 금성 부근을 지나도록 설계했죠. 지구와 금성의 중력을 이용하는 이른바 '플라이바이(Flyby·중력 도움)'를 위해서입니다. 플라이바이는 마치 줄에 매단 돌을 돌리다가 놓으면 멀리 날아가듯이 탐사선이 행성 가까이 지나가다가 튕겨나가는 원리를 이용해 속도를 얻게 되죠. 지구에서 출발할 때의 속도나 연료만으로는 태양 극궤도에 진입하기 어렵거든요. 지구 한 번, 금성 두 번의 플라이바이를 거쳐 수성보다 안쪽에 있는 태양 근처 궤도에 진입하게 돼요.

▲   /그래픽=안병현

 

이후 솔라 오비터는 2030년까지 7년간 태양 주위 궤도를 돌면서 태양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에요. 이 과정에서도 일곱 번의 플라이바이를 더 거쳐 궤도의 각도를 태양의 적도면 기준으로 최대 33도 기울게 만들 거예요. 그래야 태양의 남극과 북극을 자세히 조사할 수 있답니다. 이후 솔라 오비터는 기울어진 각도를 유지하며, 168일을 주기로 태양을 돌며 활동합니다.

인류는 아직 태양의 극지를 본 적이 없어요. 태양을 공전하는 지구의 공전 궤도면이 태양 적도와 나란하기 때문이에요. 기존의 태양 탐사선들도 태양의 적도 위에서 태양을 돌았기에 북극과 남극을 직접 관측하지 못했죠. 솔라 오비터는 비스듬한 궤도면을 돌기 때문에 태양 극지를 탐사할 수 있습니다.

현재 태양 주변에는 2018년 8월 NASA가 발사한 '파커 태양 탐사선(이하 파커)'이 활동하고 있죠. 파커는 태양 표면에서 616만㎞ 떨어진 '코로나(corona·태양 대기의 가장 바깥 층에 있는 엷은 가스층)'의 아랫부분까지 들어갑니다. 이렇게 태양 가까이 접근하는 관측선은 인류 역사상 파커가 처음이었어요.

솔라 오비터는 파커처럼 태양에 가까이 접근하진 않아요. 가장 가까이 접근할 때는 태양 표면에서 약 2400만㎞ 떨어진 궤도에 도달하게 될 거예요.

태양 활동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

그렇다면 태양 극지를 탐사하는 것은 왜 중요할까요? 솔라 오비터의 주된 임무는 극지의 자기장 변화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자기장은 태양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미칩니다. 태양은 수소 핵융합이 일어나는 초고온 상태라 전자와 양성자가 분리된 '플라스마' 상태를 띠고 있어요. 이런 입자들이 태양 표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복잡한 자기장 구조를 만들게 되지요. 이 자기장 안에 갇힌 입자들은 높은 에너지를 가지게 되고, 이 입자들이 터지게 되면 그 속에 있던 물질들이 태양에서 방출됩니다.

이런 고에너지 입자들은 우리 태양계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예컨대 태양풍은 고에너지 입자가 지구를 향해 평균 초속 400~500㎞의 빠른 속도로 불어오는 현상을 말합니다. 태양풍은 지구에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들기도 하지만, 통신위성을 교란시켜 전화나 인터넷 등 전자 통신이 불가능해질 수도 있습니다. 태양 극지방의 자기장 변화를 관측하면 이런 현상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한 자기장 변화로 태양 흑점 수가 왜 11년 주기로 변화하며 태양 폭발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서도 실마리를 얻을 수 있어요.

솔라 오비터는 이 외에도 태양 표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폭발인 '플레어'가 일어나는 순간을 X-ray로 포착해 플레어의 작동 원리를 알아낼 계획입니다. 또 코로나의 가열 과정과 구조를 분석해 태양 표면의 온도는 수천도인 데 반해 그 위 대기인 코로나가 왜 수백만도까지 급상승하는지 이유를 알게 될 거예요.


[티타늄·알루미늄 방패 둘러 600도 넘는 태양열 견디죠]

솔라 오비터는 태양과 가까운 거리에 접근해야 하기 때문에 약 600도가 넘는 고열을 견뎌야 합니다. 이 때문에 솔라 오비터에는 부품 특성과 태양을 바라보는 방향 등에 따라 다양한 열 차폐 기술이 들어갑니다.

ESA는 프랑스 우주항공기업인 에어버스와 함께 특수 열 차폐막 소재인 '솔라 블랙'을 개발했어요. 인산, 칼슘 등의 성분으로 제작된 솔라 블랙은 태양이 내뿜는 자외선과 적외선량에 관계없이 열을 흡수하는 데 탁월하고, 녹거나 부서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솔라 블랙 안쪽에는 최대 500도를 견딜 수 있는 내열 소재인 티타늄을 얇게 만들어 간격을 두고 붙였는데, 이 간격은 열이 빠져나가게 하는 환풍구 역할을 하지요. 또 열에 민감한 탑재체가 실린 탐사선 내부는 5㎝ 두께의 알루미늄을 이용해 단열 효과가 뛰어난 벌집 구조로 제작됐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