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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주이야기

[태양계] 울퉁불퉁한 동굴탐사도 거뜬! 로봇개의 특명은? 스폿`화성의 비밀` 캐낸다

by 맑음:D 2020. 12. 26.

영화 `마션`처럼…로봇개가 화성을 어슬렁거린다

 출처: 매일경제(2020.12.25)

 

 

 

 

 

어둠이 가득한 화성 표면을 플래시를 장착한 개 한 마리가 어슬렁거린다. 지구와 달리 거친 표면 때문에 순간 중심을 잃고 비틀대기도 하지만 넘어지지 않고 금세 자세를 고쳐 잡는다. 하지만 이내 극심한 모래 폭풍 때문에 균형을 잡지 못하는가 싶더니 넘어지고 만다. 모래 폭풍이 지나가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목적지인 화성의 동굴로 향한다. 이 개는 물론 실제 강아지가 아니다. 로봇회사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제작한 4족 보행 로봇 `스폿`이다. 최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온라인으로 열린 지구 물리학연맹(AGU) 연례 학술회의에서 머지않은 미래에 화성을 탐사할 `화성 개(Mars Dog)` 등장을 공식 발표했다. 이 화성 개는 스폿을 화성 탐사에 적합하도록 개조한 `Au-스폿`이다. Au는 자율보행이 가능하다는 뜻으로 `자주적인`이라는 의미의 영단어 `Autonomous`에서 앞 글자를 땄다. 과학자 60여 명이 힘을 합쳐 지구에 비해 변화무쌍하고 까다로운 화성 날씨에 견딜 수 있도록 내구성을 개선했고 시각센서·열 탐지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통해 주변을 탐지·스캔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로봇개를 움직이게 하는 `먹이`는 태양광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화성에는 오래전부터 행성 표면을 돌아다니며 탐사하는 로봇인 `로버`가 여러 차례 착륙해 탐사에 나선 바 있다. 1997년 화성 로버 소저너가 최초로 화성 땅을 밟았고 내년 2월 화성 예제로 크레이터에 도착할 예정인 역사상 가장 크고 정교한 탐사로버 `퍼서비어런스`도 화성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이렇듯 이미 화성 탐사에 특화된 로버가 존재하는데 로봇개를 화성 탐사에 동원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Au-스폿은 `바퀴 위의 연구실`이라고 불리는 퍼서비어런스 등 화성 로버의 단점을 뛰어넘는 장점이 있다. `바퀴 위의 연구실`이라는 별명처럼 로버는 바퀴로 움직이기 때문에 화성의 거친 지형을 종횡무진 탐험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낮은 굴곡은 넘어갈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험한 곳이나 좁은 지하 동굴 등 지표면 아랫부분까지 내려가기 힘들다. 하지만 개처럼 움직이는 Au-스폿은 관절과 근육을 이용하는 동물같이 균형을 잡으며 지하로 걸어 내려갈 수 있다. 넘어지기 전에 먼저 균형을 찾고 자세를 잡을 수 있으며 중심을 잃고 넘어지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로봇개에는 로버가 탐색하지 못하는 화성 동굴을 탐사하는 `특명`이 있다. Au-스폿의 민첩성·탄력성이 동굴 탐사에 적합하다는 해석이다. Au-스폿의 속력은 시속 5㎞로 사람과 비슷하고 로버에 비해 30배 이상 빠르다. 반대로 무게는 기존 로버 대비 절반 수준이다. Au-스폿의 화성 동굴 탐사에 대비해 미 항공우주국(NASA) 연구진은 Au-스폿에 계단·터널·좁은 복도 등에서 `주행 훈련`을 시켰다. 화성 지형과 비슷한 캘리포니아 용암 동굴과 같은 야외 동굴도 시범 탐험한다. 이런 경험이 축적되면서 로봇은 화성의 깊은 동굴을 매핑(지도화)할 수 있는 능력을 학습해나갔다.

 


화성의 동굴은 화성에 혹시 존재할지 모를 생명의 존재를 발견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 또 향후 유인 우주선이 화성에 갈 때 우주인이 거주할 수 있는 기지 역할도 할 수 있다. 화성은 복사량이 지구의 절반도 채 되지 않는 데다 대기가 희박하기 때문에 표면 평균 온도가 영하 80도로 무척 낮다. 또 길게는 수주간 계속되는 모래 폭풍 등 기상 이변이 잦다. 이에 따라 우주 방사선과 자외선을 차단해주고 온도 변화도 지표면에 비해 적은 동굴은 생명체가 서식한 흔적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우주기지로 활용될 여지가 충분하다.

화성은 지구와 달리 자기장이 없기 때문에 방사선이 그대로 쏟아지는데, 방사선은 생명체 DNA를 공격해 치명적이다. 이런 이유로 NASA는 Au-스폿 외에도 화성 동굴을 탐사할 수 있는 로버를 개발하고 있다.

 

 

Au-스폿은 지하 동굴의 `지도`를 작성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레이저를 통해 물체를 맞고 되돌아오는 시간과 크기를 감지해 물체 위치나 상태를 파악하는 기술인 `라이다(Lidar)`, 시각센서, 열·동작 센서를 조합해 동굴의 3차원 지도를 만든다. 탑재된 인공지능(AI)을 토대로 피해야 할 지형을 미리 학습하고 과학적으로 관심이 있는 물질을 식별해내기도 한다. 이후 통신 모듈을 사용해 데이터를 화성 표면에 있는 우주선 등에 전송할 수도 있다. Au-스폿이 만들어낸 동굴의 지도는 향후 동굴 탐사 로버가 안전하게 동굴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잡이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처럼 로봇개가 화성 탐사에 활용될 정도로 로봇 기술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로봇의 역사는 생각만큼 길지 않다. 가장 먼저 산업용 로봇이 등장한 것은 약 60년 전인 1961년인데 유니메이트(Unimate)라는 이름의 로봇을 미국 포드사가 자동차 제조공정에 처음으로 활용했다.

이달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달러(27조원) 수준이었던 세계 로봇시장은 연평균 22%씩 성장(CAGR)해 올해 444억달러(49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대확산으로 경제·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올해부터 2025년까지 32%로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지속해 1772억달러(196조원)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