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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이야기

[코로나] 코로나 감염! 하수도로 예측한다

by 맑음:D 2021. 5. 13.

코로나 감염자 어디에... 과학자들이 하수도 뒤지는 까닭

가정·건물 하수에서 배설물 채집!
코로나 검사해 바이러스 검출되면 진단없이도 감염 지역 파악 가능
홍콩에선 무증상 감염자 9명 찾고 스위스선 영국발 변이 코로나 환자 공식 확인되기 2주 전에 미리 포착

 

조선일보(2021.05.12/이영완과학전문기자)

 

 

캐나다 온타리오주 궬프대에서 연구진이 하수를 채집하고 있다. 대학들은 학내 건물의 하수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해당 건물을 출입한 학생들에게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도록 유도하고 있다. /캐나다 궬프대

 

북극에 가까운 캐나다에서 적도 근처 호주까지 50국 이상에서 과학자들이 코로나 감염자를 찾기 위해 하수도를 뒤지고 있다. 작년 초만 해도 10여 건에 불과하던 코로나 하수 감시 프로그램은 지난 1년 사이 200여 건으로 증가했다. 하수를 분석하면 코로나 진단 검사보다 먼저 감염자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 체계에 하수 검사가 추가되면 무증상 감염자가 변이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일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홍콩 아파트의 무증상 감염자도 찾아내

국제 학술지 네이처는 지난 10일 하수 감시 프로그램을 통해 축적된 정보가 도시 지역의 코로나 발생지와 감염자 수를 예측하고 어느 곳에서 검사를 진행해야 할지 판단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각 가정이나 건물의 화장실에서 하수도나 하수 처리장으로 온 배설물을 채집해 농축한 다음, 그 안에서 유전물질을 찾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나오면 시료 채집 장소와 하수도 경로를 파악해 감염 지역을 파악한다. 유전물질 농도로 감염자 수도 예측할 수 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경찰국은 지난 3월 항공기의 화장실 하수와 하수 처리장의 시료를 검사해 항공기 승객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올 초 홍콩 과학자들은 아파트 두 동의 하수 시료를 분석해 코로나 감염을 확인했다. 이후 해당 아파트 주민들을 검사해 무증상 감염자 9명을 찾아냈다.

대학에도 하수 감시가 적용됐다. 미국 UC샌디에이고는 학내 건물 343동의 하수를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코로나 감염 건물이 확인되면 그곳 학생들에게 진단 검사를 하라고 메시지를 보낸다. 이 방법으로 학내 코로나 감염자를 85% 찾아냈다.

현재 전 세계 수백 도시에서 방역 대책의 하나로 하수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 보건사회복지부(HHS)는 코로나 방역을 위한 전국 하수 감시 시스템을 도입했다. 호주 퀸즐랜드 주정부는 하수 분석을 통해 코로나 조기 경보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변이 코로나 환자 나오기 2주일 전 포착

하수 감시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이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는 “코로나 증상은 감염 후 5일이 지나야 나타나지만 배설물에는 이틀만 지나도 바이러스가 들어간다”며 “그만큼 코로나 감염 여부와 확산 추이를 빨리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국립보건환경연구소의 아나 마리아 드 로다 후스만 박사는 네이처에 “하수 시료를 분석해 코로나 입원 환자 수를 며칠 앞서 예측했다”고 밝혔다. 미국 예일대 연구진도 지난해 9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인구 20만명의 코네티컷주 뉴헤이븐시에서 10주간 하수의 코로나 유전물질량을 추적해 확진자 증가 추세를 일주일 먼저 예측했다”고 밝혔다.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도 먼저 감지할 수 있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의 니코 비렌비켈 교수는 올 초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메드아카이브에 “작년 12월 채집한 스위스의 하수 시료에서 영국발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하수 채집 시기는 스위스에서 영국발 변이 코로나 감염자가 공식 확인되기 2주 전이었다.

홍콩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지를 찾기 위해 하수 시료를 채취하는 모습./EPA

◇소아마비 바이러스, 항생제 내성균도 추적

하수 분석이 방역에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소아마비 바이러스 추적에도 하수 분석이 쓰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두고 상파울루 비라코푸스 캄피나스 국제공항의 하수도에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이 바이러스는 적도 기니에서 유래한 것으로 밝혀졌다. 브라질 당국이 즉시 방역에 나서 소아마비 바이러스는 공항 외부로 퍼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마약 소비를 하수 분석으로 추적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코로나 대유행에서 발전한 하수 감시 기술이 장차 항생제 내성균을 찾는 데에도 활용될 수 있다고 본다. 또 하수에 섞인 스트레스 호르몬이나 카페인을 분석해 지역민의 정신 건강 상태로 파악할 수 있다고 네이처는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