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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주이야기/소행성

[소행성]2029년 지구 충돌 가능성 소행성 발견...해결책 있을까

by 맑음:D 2021. 4. 12.

2029년 지구 충돌 가능성 소행성 발견...해결책 있을까

[science]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어떻게

지구 충돌 우려 컸던 `아포피스`
스쳐지나가는 것으로 최종 확인
정지궤도 위성보다 안쪽 접근
절호의 우주탐사 기회로 탈바꿈

韓, 소형위성급 탐사선 준비
소행성 표면 지진·산사태 등
지구 중력 영향 관측이 임무

美·유럽·中·대만도 탐사 계획
지구 위협 소행성 2100개 달해

출처: 매일경제 (2021.04.10/이새봄기자)

 

"2029년 지구에 충돌할 수도 있는 소행성이 발견됐다."

2004년 지구를 향해 돌진하는 소행성을 발견한 천문학자들은 두려움에 떨었다. 미국 국립 광학천문대 산하 킷피크(Kitt Peak) 천문대에서 처음 발견한 소행성의 임시 번호는 `2004 MN4`. 이듬해 이 소행성에 `아포피스`라는 불길한(?) 명칭이 부여됐다. 아포피스는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 `라(Ra)`를 집어삼킨 `파괴의 신`을 의미한다.

파괴의 신 아포피스는 발견 직후부터 지구에 충돌할 확률이 높고, 충돌하면 커다란 피해를 남길 수 있는 `지구위협 천체`로 꼽혀왔다. 지름이 340~390m로 추정돼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크기와 비슷한 아포피스는 토리노 척도(Torino scale) `4`를 기록한 최초의 소행성이다. 토리노 척도는 지구 주변을 도는 천체가 지구에 충돌할 확률과 충돌했을 경우 예측 피해 규모를 나타내는 것으로 0~10까지 있다. 수치가 높을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발견 당시 천문학자들은 아포피스가 2029년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2.7%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추가 관측을 통해 이동 궤도가 분명해지면서 충돌 위험 없이 2029년 4월 13일 지구에서 3만1000㎞를 떨어진 거리에서 스쳐 지나가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충돌 위험은 없지만 이 정도 거리면 정지 궤도 위성 고도(3만6000㎞)보다도 안쪽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지구와 달 사이 거리(38만4400㎞)의 12분의 1 수준이다.

2029년 충돌 위험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파괴의 신은 되레 `기회의 소행성`으로 탈바꿈했다. 우주 저 멀리 탐사선을 보내지 않더라도 지구에 근접했을 때 소행성을 탐사할 수 있는 기회로 만드는 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도 그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결단`을 내렸다.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우주전략 보고대회에서 "2029년 지구에 접근하는 아포피스 소행성에 대해서도 타당성을 검토해 탐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2035년으로 예정돼 있던 소행성 탐사 계획을 6년이나 앞당긴 것이다. 이에 앞서 매일경제는 지난달 17일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비욘드 그래비티: 항공우주강국을 위한 비상`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30차 국민보고대회를 통해 정부에 한국이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아포피스 같은 큰 천체가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일은 매우 드문 일로, 인류가 소행성을 가장 처음 발견한 1801년 이후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통계상 이런 일은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만큼 희귀하다. 최영준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장(박사)은 "소행성 탐사를 할 때 첫 번째로 갖춰야 할 것은 발사체 능력"이라며 "우리 발사체 능력으로 접근할 수 있으면서 지구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지구 근처에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소행성이 아포피스"라고 강조했다.

일본 무인 소행성 탐사선인 하야부사는 지구로부터 3억4000만㎞ 거리에 있는 소행성 `류구`까지 가는 데 3년 반이 걸렸다. 소행성 `베누`를 향해 떠났던 미국 항공우주국(NASA) 오시리스-렉스 역시 3억㎞가 넘는 거리를 비행했다.

또 아포피스가 관심을 받는 이유는 2029년 지구를 스쳐 지나가면서 지구 중력에 의한 변형이 생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영준 박사는 "소행성이 지구에 접근하면서 지구 중력에 의해 소행성 표면에서 산사태 등이 일어날 확률이 있다"며 "지구의 영향을 받은 소행성 표면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 자체가 지금까지 어떤 소행성 탐사에서도 없었던 흥미로운 기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소행성 표면의 지진과 산사태, 소행성 일부가 부서지는 현상 관찰 외에 더 중요한 임무는 지구를 스쳐 지나가며 아포피스 자전 방향과 속도 등이 변화할 경우 2036년 다시 지구에 근접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한국의 아포피스 탐사 계획은 이렇다. 아포피스가 지구에 접근하기 1년 전인 2028년에 탐사선을 발사한다. 2028년 말 소행성에 가까이 다가가 행성과 탐사선이 같은 속도로 근접하는 `랑데부`를 한다. 2029년 초부터는 아포피스 전체에 대한 지도를 작성하고 좌표와 지형을 분석해 산사태가 일어날 수 있는 취약 지역을 근접 고해상도로 촬영한다. 아포피스가 지구에 가까이 다가오면서 자전축이나 속도 변화가 있는지도 지속적으로 측정한다. 4월 13일 아포피스가 지구를 스쳐 지나가면 이후 지구 중력으로 인한 소행성 궤도 변화를 다시 측정한다. 아포피스에서의 임무가 종료되면 연료 상황에 따라 지구·태양 간 중력 균형점에 있는 트로얀 소행성을 탐사하는 등 다른 임무도 시도할 수 있다. 최 박사는 "한국 정부가 아포피스 탐사에 적극적이라는 이야기가 과학계에 돌자 유럽우주국(ESA)과 미국 연구소 등을 포함해 많은 곳에서 협력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NASA와 ESA뿐 아니라 중국, 대만, 핀란드 등도 아포피스 탐사를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형 위성 이상급을 활용한 본격적인 임무 설계는 오시리스-렉스호의 연장 임무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유일하다.

 



다만 한국의 아포피스 탐사에 `착륙 미션`은 없다. 당장 지구 충돌이 없더라도 소행성에 외력을 가했을 경우 궤도 변형 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박사는 "첫 소행성 탐사에서 소행성에 랜딩까지 시도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며 "또 착륙 시도를 하면서 소행성에 주어지는 외력이 향후 지구와 소행성 간 충돌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번 미션에서는 최대한 소행성에 가까이 접근해 카메라 등을 통해 변화를 관찰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준으로는 아포피스가 향후 100년간 지구와 충돌할 위험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NASA는 지난달 26일 성명을 통해 궤도를 재추적한 결과 아포피스가 향후 100년간 지구와 충돌할 위험이 없다고 밝혔다. 아포피스는 2029년 지구에 초근접한 뒤 2036년과 2068년 다시 지구에 접근한다. 만약 두 행성이 충돌한다면 대한민국 수도권 전체가 다 파괴될 정도의 막대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현재 지구 공전 궤도 주변에는 2만5000개가 넘는 근지구 소행성이 있다. 지구와의 거리가 750만㎞ 이내이고 지름이 140m 이상인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지구위협소행성`은 2100개에 달한다.